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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 도비/ 싱크 : 은이지
제 6 회

 

어언!
물어볼 게 있소

 

뭔데요?

 

내가 일개 병사든
장군이든 상관없이

나와 함께 하겠소?

 

물론이에요

 

당신이 뭘 하시든
항상 함께 하겠어요

영원히요

 

-난..
-전..

-말해보시오
-말씀하세요

 

먼저 말씀하세요

 

사실 난..

-양연랑
-아버지

 

-어언
-아버지

 

그럼 반 승상의 딸?

천파부의 아들이셨어요?

 

어언과 혼인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돼도
반승상의 딸만은 안 돼

그건 어언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이 세상 여자가 어언 하나냐?

아무리 많다 해도
제겐 어언밖에 없어요

 

어쨌든 안 돼

반가의 딸을 절대
우리 가문에 들일 수 없어

 

이해 못 하시겠어요?

아버지도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아시잖아요

너 정말!

아버지!

 

아버지 뜻에 따라
혼인은 안 할 수 있지만

제 마음까지 막진 못하세요

 

그 누구도,아니 제자신도
막을 수 없다고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마음대로 해보거라!

 

이제 연랑도 어른인데
자기 생각이 있겠지요

자식 마음까지 어떻게
할 순 없잖아요

어언은 반승상과 달리
좋은 아이 같은데

사람과 괜찮으면
아이들 뜻에 따르세요

 

연랑이 반승상의
딸과 혼인한다면

사람들이 뭐라겠소?
한 패라고 쑥덕일 거 아니요

절대 안 되요!

 

연랑아, 아버지는
집안을 위해서 그러시는 거야

아버지라고 왜 고충이 없으시겠니?

어언은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알아

하지만 우리와 반가가 어떤
관계인지 너도 잘 알잖니

설사 아버지가 허락하신다 해도
반승상이 반대하실 수도 있어

 

반대하신다 해도
뜻에 꺾일 어언이 아니에요

저희가 먼저 혼사 얘길 꺼내면
반승상도 허락하실 거예요

아버지는 전쟁만 생각하시고
복종만을 바라시지

다른 사람의 생각은
들으려 하지도 않으세요

좀 고집스러우셔서 그렇지
이기적인 분은 아니야

다 집안을 위한 거잖니

네가 어언과 혼인하면
반가의 사위가 되는 건데

사람들이 우리 집안을
어떻게 생각하겠니?

널 미워하시거나 일부러
그러시는 게 아니야

 

전 어언이랑 혼인 하는 거지
반승상과 하는게 아니잖아요

 

알았다, 아버지가 안 가시면
나라도 혼사를 청하마

 

밤이 깊었어요
얼른 주무세요

조금 있다 잘 거요, 먼저 쉬시오

연랑 일 걱정하는 거 알아요
장군이 못 가시겠으면 저라도..

안 되오

내가 안 가면, 당신도 못 가요

가문의 명성에 흠집이 날 거요

반인미 같은 탐관과 어떠한
관계도 맺어서도 안 돼요

-하지만..
-그만두시오

밤이 늦었소
부인 먼저 주무시오

들어가시오

 

연랑! 옛날부터 말이죠

도련님이 단순히 군영의
서기일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언!

아버지,무슨 일이세요?

 

얘기 좀 하자

 

어언! 정말 많이 컸구나

아직도 애인 줄 알았는데

오라비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귀여운 어린애인데 말이다

몇년 동안 조정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신경 을 못 썼구나

승상이신데 당연히 비쁘시죠
아버지 원망한 적 없어요

 

철이 많이 들었구나

 

내가 얼마전에
훌륭한 젊은이를 만났는데

그 나이에 변방을 도맡아
지키는 뛰어난 인재란다

바로 시왕의 아들
시불범이다

아버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시불범은 문무가 뛰어나고
집안도 우리와 격이 맞잖니

이미 연랑과
혼인을 약조했어요

 

어언! 인륜지 대사에
경솔해서는 안 돼

 

달콤한 말로 여자의 환심을 사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니?

부모 말은 틀린 거 하나 없다

연랑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 양씨 집안 사람들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어떻게 그런 말을...

분명히 그 연랑이란 놈한테
물든 게 틀림없다

연랑이 한 말이 아니에요

제 눈으로 직접 본 거예요
믿어 주세요

긴 말 할 필요 없다

어쨌든 절대 그 무식한
집안으로 보낼 수 없어

다시 생각해 보거라

 

연랑

잘 지내고 있죠?

 

갑자기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어요

우리 시간을 갖고
잘 생각해봐요

 

우리 앞에 놓인
높디 놓은 벽에는

친해질 수 없는
두 집안의 성이 쓰여 있네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우리 사랑을 지키려면
모든 걸 버려야 하나요?

그렇게 사랑을 쟁취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판단이 안 서요

연랑의 결정을 알려 주세요

 

어언! 보고 싶소

 

내 입으로 직접 말해주리다

 

-형
-무슨 일이야?

바람 쐬러 나갈 건데
같이 안 갈래?

안 가, 일이 좀 있어

-어언 보러 갈려고?
-무슨 말이야?

형, 어언 정말 좋아해?

 

그래

 

형을 이렇게 빠지게 하다니
특별한 여자가 확실해

맞아

 

형의 안목을 믿어

아버지가 다 반대해도
난 끝까지 형의 편이야

고마워

도와줄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사실 부탁할 게 있어

 

-아버지
-어디 가니?

바람 쐬러 나가는 길이에요

형이랑 잠깐 나갔다 오려고요

 

무슨 일 있으세요?

있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나중에 얘기하마

함께 가시겠어요?

아니다, 너희들끼리 가

밖에서 괜한 시비에 얽히지 말고

이상한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말아라

알겠어요
저희 먼저 갈게요

 

무슨 생각 하길래
혼자 웃고 계세요?

 

예전에 어언이
한 일들 생각하고 있었소

 

제 편지 받으셨어요?

 

받았소

연랑 생각은 어때요?

 

선택은 두 가지요

첫번째 선택은

집안 어른들 뜻에 따라
우리 감정을

잘못된 것이라 인정하면
많은 어려움을 피할 수 있소

-두번째는요?
-도망치는 거요

 

우리의 신분,명예
모든 걸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평범하게 사는 거요

 

어떤 걸 선택하겠소?

 

결정하기 어렵소?

피하는 건 원치 않아요

연랑에 대한 제 마음도
우리 앞에 놓은 현실도

도망치지 않고
용감히 맞설 거예요

 

동감이오
그럼 세번째 방법으로 합시다

 

도피나 타협은 절대 하지 맙시다

우리 두사람의 사랑으로
두 집안의 원한을 없앱시다

높은 벽을 허물어 버립시다

 

당신이 포기한 줄 알았소

전 연랑이
후회할까 봐 걱정이예요

한식구끼리 의심하면 안돼요

힘을 합치면
꼭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장군께 인사드리옵니다

 

아버님!
속여서 죄송해요

제발 어언은 나무라지 마세요

 

연랑, 자리 좀 비켜주겠니?
어언과 잠시 할 얘기가 좀 있다

걱정마라, 난처하게 안 할 테니

 

-앉아요
-감사합니다

 

집안도 좋고 외모도 고운데다
품행도 이렇게 빼어나면

따라다니는 젊은이도 많을 테고
그 중엔 왕족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과 혼인하면 평생
아무 걱정없이 살 수 있어요

우리 연랑은 겨우
군영의 서기일 뿐이오

어언과 어울리지 않아요

연랑이 지금은 서기지만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거라 믿어요

연랑을 그렇게
잘 봐줬다니 고맙소

장군님!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알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정했어요

두 집안의 원한을 없애기 위해
저희가 최선을 다할게요

그 문제는 두사람의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둘이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요
순진한 생각이요

뭐라고 나무라셔도 좋아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결국 다 상처받을 거요
아버지와 원수가 될 수도 있소

아버지의 원망을 받게 될 거요

장군님! 그 아무와도
원수지고 싶지 않아요

상처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희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다들 왜 그렇게 제멋대로요?

 

-아버지
-집으로 가자!

 

어언 데려다 주고 바로 갈게요
먼저 가세요

반항하는 거냐?

-아버지
-연랑! 혼자 갈 수 있어요

 

문우 올리옵니다
송의 안위가 심려되옵니다

무슨 말이오?

폐하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사옵니다

근간에 일어났던 일이 단순한
폭파사건이 아닌 듯 하옵니다

조정 내부에 모반을
꾀하려는 자가 있다는 뜻이오?

영명하신 폐하 앞에서
감히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이미 양장군과 관계없는
일이라 밝혀진 거 아니었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였사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폐하

양 장군과 호연가의 군사는 이미
송 전체 군사의 반을 넘었고,

요즘 훈련에
박차를 가한답니다

그 둘이 자주 만나는 걸 보아
무슨 계략을 꾸미는 거 같으니

조심해야 할 듯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오?

미연에 방지해야 하옵니다

계속 해 보시오

양업은 조정의 모든 병사를
거느리고 있으니

폐하께서는 다른 영장을
포섭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양업과의
결탁을 막으실 수 있고

양업이 모반을 꾀할 시
쉽게 진압할 수 있사옵니다

 

양 장군과 힘을 겨룰만한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이오?

남관을 지키는 시왕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아뢰오

어떤 방법이 좋겠소?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사옵니다

그 방법밖에는...

 

말해보시오

허락하신다면 제 딸과 시왕의 아들을
혼인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면 소신은 물론 시왕도
폐하의 충정에 보답할 수 있고

양업도 쉽게 반란을
일으킺 못할 것이옵니다

다만 혼사는 원래 남자쪽에서
먼저 얘기를 꺼내는 거라..

 

그게 무슨 문제겠소?

짐이 맺어주면 될 것을
어언도 짐의 먼 조카뻘인데..

오히려 반승상이 딸을 멀리
시집보내기 아쉬워할까 걱정이오

폐하께서 맺어주시는 혼인인데
성은이 망극할 뿐이옵니다

소신과 사왕 모두 조정 중신으로

나라의 은혜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여긴 우리 둘뿐이니
너무 그럴 거 없소

아무튼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다니
정말로 고맙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언아!

 

좋은 소식이 있어

폐하께서 시불범과의
혼인을 허락하셨다

 

농담하시는 거죠?

혼인이 농담할 문제냐?

아버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왜 이러시는 거에요?

양연랑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시불범과 혼인하지 않겠어요

혼인을 안 하는 건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과 같아

그래도 안 할 거에요

 

마음대로 해 봐라

 

계속 이러시면..

 

죽는 수 밖에 없어요

 

죽게 놔 둘 것 같으냐?

 

이제 오니?

 

-아버지 들어오셨어요?
-방금 오셨어

또 다툰 게야? 아버지도
너도 안색이 안 좋구나

 

아니에요
방에 가서 쉴게요

 

빨리와, 빨리

 

잘하는 짓이다
빨리 안 가?

 

셋째야, 막내야!
무슨 일이냐?

이 자가 독을 먹여
말을 죽였어요

뭐라고?

 

내가 전쟁에서 이긴 게
다 이 말들 덕분이라

난 때리지도 않는데
대체 왜 그런 거냐?

 

어떻게 된 거냐?

그저께 마구에 갔더니 이자가
말을 막 때리고 있었어요

제가 몇마디 했죠

아버지 밑에 오래 있던 사람이
이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들도 나와서 뭐라고 하길래
제가 몇 대 때렸더니

말에게 독을 먹여
죽여 버렸더라구요

 

너희가 알아서 해라!

 

때려, 때려!

 

막내야, 아이는 왜 때리니?

 

아버지가 나쁜 짓을 했으니
보고 배웠을 거 아녜요

맞아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인데

아비가 저 모양이니
아들은 볼 것도 없다고요

-맞아요
-그만 해

아비 짓이랑 아이들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러는 거냐?

한 사람때문에 온 식구를
죄인 취급해서야 되겠느냐?

내가 그렇게 가르쳤더냐?

중죄를 지었으니
곤장 맞는 건 당연하고

그나저나 아이들이 불쌍하네요

이런 아버지 밑에서
뭘 배웠겠어요?

아이들은 아무 잘못 없는데
왜 같이 벌을 받느냐?

어른이 되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시비를 분명히 가려
죄진 자는 벌해도

죄 없는 자를 억울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럼 다른 마부들도
함께 내쫓으세요

부인, 군마를 죽인 건 저자요

다른 마부들은
이번 일과 상관없잖소

다른 사람들은 우리 집 마부가
군마를 죽인 사실만 알지

누가 죽였는지는 모르잖아요

다 쫓아내지 않으면
집안 명성에 흠이 될 텐데

그냥 다 내쫓는 게 좋겠어요

부인! 그게 명성과 무슨 관계요?

양씨 가문이 청렴하고 강직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소

 

아버지, 그럼 넷째 형은요?

아버지, 아버지

이미 허락하셨다는 뜻이야

머리 좀 쓰는데?

형

생각나는 대로 한 거뿐이에요

 

연랑아!

 

어머니

 

아버지가 허락하셨어요?

 

어떻게 됐어요?
허락하셨어요?

 

허락하셨다

정말 잘됐어요

 

이렇게 꽉 안다간 뼈 부러지겠다

어머니가 해 내실 줄 알았어요

아버지가 말만 그렇게
하시지 좋은 분이셔

 

아버지 허락도 받았는데
또 무슨 걱정이냐?

어머니 말씀처럼
반승상이 반대할 수도 있잖아요

 

아무래도 도움을 청해야겠어

누구한테요?

팔현왕 말고 누가 또 있겠니?

 

아가씨, 좀 드세요

아가씨, 며칠동안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조금만 드세요

 

못난 것들, 다 나가!

 

어언, 먹자!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그러니?

내가 다시 해 오라고 할게

아니에요

 

다시 해 와도 안 먹을 거예요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지

이렇게 굶으면 어떡하니?

눈도 퀭하고 야윈 거 좀 봐
이래서 어떻게 시집갈래?

 

어언
내가 잘못했다!

이 방정맞은 입

 

그만 하라고 안 해?
얼굴 붓겠다

누가 때리랬어요?

 

네가 밥만 먹는다고 약속하면
원하는 거 다 들어 줄게

 

정말이죠?

 

그럼 날 도와주세요

연랑한테
편지 좀 전해 줘요

 

그게..

 

알았어, 밥 먹겠다고
약속하면 전해 줄게, 됐지?

 

안 전해주면 어언이 계속
굶을텐데 그럼 내 맘이 아프지

그렇다고 전해 주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어쩐담?

 

양칠랑!

 

귀 먹었냐?

개가 짖는 줄 알았더니만
반표 도련님이셨군!

말 다했어?

짐승이냐? 사람말도
못 알아듣게

 

할 말 있으니 가서
너희 넷째 형이나 데려와

우리 형이 너 상대해 줄 시간이
어딨어? 나한테 말해!

 

형!

 

어언 잘 있지?

어언? 그 더러운 입으로
내동생 이름을 부르지 마

네동생 때문에
우리 형 입이 더렵혀진 거지

다시 말해봐!

그만둬

 

어언 잘 지내고 있지?

물론이지,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곧 혼인할 거야

정말? 허락하신 거야?

-그래
-정말이야?

 

김칫국 마시지 마
너한테 가는거 아니니까

 

다른 사람과 혼인하기로 했다고

너하곤 이제
끝이라고 전해 달라더라

 

형! 반표 말 믿을 게 못돼

 

편지는 제대로 전해 줬어요?
답장은요?

 

그게..

 

빨리 말해봐요
답답해 죽겠어

 

이제 그 자식 얘기 꺼내지도 마

나쁜 자식, 네가 내 동생인 걸
알더니 마음이 바뀌었나 봐

거기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 놓길래 패 줬어

그 따위 매제는 필요 없어

이제 밥 잘 먹고 몸 생각해야지
그런 놈은 잊어버려

 

거짓말이죠?
연랑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것 봐
내 옷에 흙 묻은 거 안 보여?

싸우다가 팔도 다쳤다니까
볼래?

그냥 넘어진 거 아니에요?

이제는 오라비도 못 믿어?

 

맹세할 수 있어요?

 

내가 언제 너 속인 적 있어?

맹세할게, 거짓말이면
양연랑한테 맞아 죽어도 좋아

 

팔현왕이 뭐라세요?

폐하께서 어언을 시왕의
아들과 맺어 주기로 하셨다오

그럼 우리 연랑은 어떡해요?

 

다른 아가씨도 많으니
또 찾으면 돼요

넷째 성격 아시잖아요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내버려 두시오!

오히려 잘 된 일이오

반가와 얽힐 일도 없고

폐하의 뜻인데 연랑이
포기하는 수밖에 없잖소?

말이야 쉽지만
넷째한테 뭐라 합니까?

사실대로 말하시오

 

폐하께서 왜 갑자기
중매까지 서고 그러신대요

폐하가요?

팔현왕이 폐하를 뵙고 오셔서
편지로 알려 주셨어

그래서 반표가 동생 다른데로
시집간다고 그랬구나?

그것 때문에 반표랑
싸우기까지 했는데...

막내야, 또 싸웠니?

얼굴만 봐도 화가
치미는 데 어떡해요

어언도 부귀영화를
탐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반표를 보면 몰라?
그 밥에 그 나물일테지

폐하의 결정이라는데
형도 이제 포기해

맞아! 형 좋다는 여자 많잖아

막내 말이 맞아!
설마 장가 못 가겠어?

탐욕스런 사람들이 청렴결백한
우리 가문을 좋아할 리 없어

어언은 그런 사람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반어언, 사실대로 말해요!

 

반어언, 말해달란 말이오!

말해달란 말이오

 

어언 좀 불러 줘
빨리 불러 달라고!

난 또 누구시라고?

넷째 도련님이시군

여기가 어디라고 술주정이야?

반표!

 

평소에 백성들을 괴롭히고
나쁜 짓만 골라하는 주제에

승상부가 그렇게 잘났어?

 

여기다 오줌을 싸도
시원찮은 마당에 뭐라고?

이렇게 큰 집을 지으려고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켰겠지?

매일같이 후원에,별당에
더러운 돈으로 마구 지으면서

 

술주정이 뭐 대단하다 그래?

어언이나 불러 줘

 

어언! 나와 보시오

 

내 동생을 만나겠다고?
쫓아내라!

 

아가씨! 연랑 공자가 오셨어요
지금 도련님이 막고 계세요

정말이야?

 

정말 오셨다고?

 

어떡하지?
머리도 지저분하고

옷도 지저분하고
너무 초췌하지 않아?

내 연지는?

이럴 때가 아니지
연랑을 만나러 갈 테야

아가씨, 못 가세요

술을 많이 드셨는지
반가를 욕하고 있어요

아가씨까지 괜히
험한 꼴 당하실 거예요

연랑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어쨌든 못 가세요

나리가 아가씨 지키라고
사람을 풀어 놨거든요

싸워서 나가면 돼

그렇게 해서 나가셨다

나리께서 아시면 앞으로
더 만나기 힘들 거예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그럼 이 편지를 전해 줘

 

나리! 상으로 뭘 주실 거예요?

 

원하는 건 뭐든지 주마

상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나리께서 제 마음만
알아 주시면 돼요

 

앞으로 부탁하마

 

취아!
편지 전해 드렸어?

전해드리긴 했는데요
도련님이..

도련님이 뭐라셨는데?

시공자와 혼인 축하드린다면서
백년해로하시래요

-그리고
또 뭐라 하셨는데?

보잘 것 없는 도련님과 혼인하면
아가씨 행복만 망친다고요

 

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

저도 믿기진 않지만, 남자 마음
원래 그렇게 쉽게 변하잖아요

여자들만 불쌍하죠

 

됐어, 여기다 놓고 가자

 

더 마셔라

거기 서

 

-넷째야
-형

 

얘가 정말..

 

여자때문에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시다니

형은 뭐 안 그랬어?

 

하긴 감정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알면 됐어

 

부모님 아시면 안 돼

-빨리 안으로 옮기자
-그래!

 

조심해

 

연랑, 지금 어디 가니?

 

군영에요

어제 늦게 들어왔느냐?

 

네

 

가문의 먹칠을 하는
행동을 해선 안 돼

그게 여자때문이라면
더욱 그렇고!

 

알겠습니다

알면 됐다

그 일은 빨리 잊어라
앞으로 할 일이 많잖니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그렇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기해야 할 거라면
반드시 포기해라

또 네가 포기한 게 아니라
어언이 싫다잖니

 

어쨌든 알겠습니다

 

-문 열어!
-왔어?

오늘 야채 아주 싱싱한데?

 

왔구나, 거기 놔

 

어디 보자
오늘은 뭘 해 먹을까?

 

배추가 안 싱싱한 거 같네

생선이 물이 좋네
맵게 볶도록 해, 알았냐?

도련님!

아가씨가 또 식사를 안 하신대요
얼른 가 보세요

이런 쓸모없는 것들!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새로 왔어?

네, 나리
막 고향에서 올라 왔어요

그렇군
가서 불 좀 지펴

얼른 아가씨 방으로
음식 갖다 주세요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제가 갈게요
-그래요, 따라 와요

 

안 먹어요

 

유명한 요리사가 만든 거야

한 입만 먹어 봐
딱 한 입만!

오라버니! 빨리 가세요
그러고 있으니 더 못 먹겠잖아요

알았어, 갈게
꼭 먹어야 돼, 알았지?

빨리 나가요
너희들도 나가!

하녀들은 왜 나가래?

진짜 맛있단 말야

빨리 나가요!

어언!

 

-연랑!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소

보고 싶어서 미칠 뻔했소

 

야위었소
왜 자신을 학대하시오?

다시 못 만날까 봐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차라리 죽는게 나아요
-무슨 소리요

죽는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요

내가 이렇게 왔잖소

다신 헤어지지 맙시다
나랑 같이 가요

 

꿈은 아니죠?

 

내 피가 이렇게 뜨겁고
내 심장이 이렇게 뛰어요

꿈이 아니오, 어언